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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를 위해 쓰는 마법만큼 가장 강렬하고 환상적인 것은 없다.
“헛소리네.”
션이 첫 문장을 읽자마자 카롤리나는 자신의 감상을 단적으로 전했다. 그가 씁쓸하게 웃으며 시집을 덮는 것을 카롤리나의 은빛 시선이 무심하게 따라간다. 그녀가 이런 걸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다는 건 진작 알았지만… 황궁에 초대받아 낭송회를 열었다는 문학가의 시도 카롤리나한테는 ‘논리적인 설명 없이 서정적인 문구로만 남을 현혹하는 문장’에 불과했다니. 션이 도서관에서 이 시집을 찾느라 보낸 시간이 모두 헛수고가 되는 순간이었다.
“마법은 언제나 실용적이어야만 해. 실속 없이 겉만 화려해선 장식밖에 더 되겠어? 그런 것에 쓰는 마력이 아까워.”
“그렇지만 아름다운 것은 이미 그것만으로도 충분한 가치이지 않나요?”
션이 손을 내밀어선 작게 주문을 외자, 공중에 옅은 분홍빛의 꽃잎이 흩날렸다. 앙상한 겨울나무 아래 앉아있던 둘의 머리 위에도 팔랑거리며 꽃눈이 내려앉는다. 옅은 하늘색의 머리칼에 묻은 작은 꽃잎이 성가시다는 양 카롤리나가 손을 휘저었다.
“글쎄. 마법이 아름답다거나… 하는 추상적인 감상은 해본 적 없네.”
그녀가 벤치에서 일어나려고 하자 션이 얼른 바닥에 무릎을 꿇곤 그녀의 손을 양손으로 잡았다. 그가 무슨 말을 하려는지 알기에 카롤리나의 미간이 절로 찌푸려졌다. 홱 손을 빼내자 갈 곳을 잃은 그의 손이 머뭇거리다 결국 무릎 위에 올려졌다. 간청보다는 굴복하는 모양새에 카롤리나가 한숨을 푹 내쉰다.
“카롤리나 마리에트 클라크 영애… 부디”
“싫어.”